목차
책을 펴내며
우리는 씨알이지만 또 보습이기도 합니다 | 김관호
시
목련 외 1편 | 박선욱
사과 없는 날들 외 1편 | 오성인
먼 봄 외 1편 | 냇돌쇠날
다시 읽는 함석헌의 글
정신 바짝 차려 | 함석헌
특집 1: 다시 맞는 봄,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
외교 없는 외교, 근본 방향을 바꿔라 | 김준형
복지, 무엇을 생각할 때인가 | 장봉석
생명·안전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회, 바로 지금! | 김혜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말 ‘위헌적’인 법률인가?―누가 정말로 헌법을 우롱하였는가? | 윤복남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라!―채 상병 사전, 숨길 수 없는 진실 | 백민
씨알 수상
기후위기가 가져올 인류의 비참 | 강수돌
지식인, 민주주의, 민주사회 | 박충구
미국의 실체와 우리의 갈 길 | 정종훈
기레기론(論)-1 세월호 10주기, 한국의 저널리즘 | 오세훈
함석헌의 비폭력 저항사-1 | 박선균
《함석헌의 생(生)의 철학》을 내놓기까지 | 문대골
특집 2: 함석헌 선생 탄신 123돌·씨알의소리 창간 54돌
함석헌은 1920년대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신앙적 개조론’의 틀에서 바라본 함석헌 초기 사상의 이해 | 한송희
함석헌의 검도령 평화주의 | 송길룡
함석헌의 “새종교”와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씨알” | 한문덕
나의 남조선 친구 K 군 | 스즈키 다쿠마
조삼모사와 씨알의 삶 | 김조년
추모의 글
국가폭력에 저항한 늦봄 문익환의 신념과 삶―늦봄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년을 맞이하여 | 김경재
함석헌과 문학-2
김소월과 함석헌의 다북동과 오산학교 | 김응교
근현대 인물 탐구
전봉준의 항일 독립운동 | 박용규
서평
굳건히 뿌리내린 사회선교의 중간보고서: 강춘근, 《사회선교행전―광야길에서 만난 작은 교회 목사의 외침》 | 지창영
씨알 이야기
평범한 책 모임 활동 보고서: 함석헌기념관 ‘낭만 함석헌’ | 박총
출판사 제공 책소개
어김없이 봄이 왔다. 추위에 얼어붙었나 싶었던 나무에선 새움이 트고 땅에 숨어 지낸 듯했던 작은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도하고 비정한 정권의 무능과 폭정, 실정으로 참담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씨알의소리》 2024년 3-4월호는 특집(특집 1: 다시 맞는 봄,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을 통해 외교, 복지, 생명·안전 영역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 집권 2년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의 해법을 모색하며 대안을 살핀다.
또 다른 특집(특집 2: 함석헌 선생 탄신 123돌·씨알의소리 창간 54돌)에서는 함석헌 선생(1901~1989) 탄신 123돌과 《씨알의소리》 창간(1970년 4월) 54돌을 맞아 여러 연구자들의 새로운 연구를 통해 함석헌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는 내용을 엮었다.
다시 읽는 함석헌의 글
매호 새롭게 소개하는 ‘다시 읽는 함석헌의 글’로 이번 호에는 《씨알의소리》 1977년 4·5월호에 발표되었던 〈정신 바짝 차려〉를 실었다. 발표 당시에는 박정희 정권의 사전검열에 따라 많은 문장들이 삭제된 채로 발간되었는데, 이번 호에 사전검열로 삭제 당했던 원문을 살려 실었다. 당시 이른바 3·1사건으로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에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던 함석헌은, “재판에 왔다갔다 하는 동안 여러 외국 신문, 잡지 기자들을 만났는데 국내의 기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성공이거나 실패거나 그 때문에 마음을 쓰는 일은 없고, 다만 이것이 내 할 의무이기 때문에 할 뿐이다. 그리고 이것(악에 대해 싸우는 것)이 옳은 이상, 몇 해가 되겠는지 몇십백 년이 되겠는지 알 수 없어도 마침내는 우리가 이기고야 말 것이라는 확신에는 까딱이 없다”고 말한다. 오늘의 언론 현실과 다름 없는 시대 상황과 아울러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싸웠던 함석헌의 면모를 접할 수 있는 글이다.
특집 1: 다시 맞는 봄,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은 전쟁 불사와 선제공격까지 거론하며 강경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정책과 이념 편향의 진영 외교, 국익과 국가의 장기적 발전은 뒷전으로 한 대외 정책을 살피며 자제와 협력을 통한 평화, 외교의 근본적인 방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김혜진(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은 한 해 9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던 거리에서 시민들이 압사 당해 죽고, 홍수로 불어난 물이 부실한 제방을 넘어가면서 지하차도가 잠기는 사고로 죽고, 기업에서 유출된 화학물질로 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이 죽는, 재난과 참사가 빈번한 시대에 생명·안전을 가장 소중한 시대의 가치로 여기며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운동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올해로 10주기를 맞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날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1월 30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해 조사하겠다는데 무참하게도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은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렸다. 윤복남(10·29 이태원 참사 TF 단장)은 이 무정하고 통탄스런 결정에 대해 그 부당함을 밝히고 특조위 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특조위 설립 자체를 반대하여 여론의 대립을 지속시키는 것보다 국민 통합을 위해 훨씬 필요한 일이며 진실규명, 책임, 보상, 지원, 기억과 추모가 필요한 시기에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백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23년 7월 19일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었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사건 당사자인 만큼 만일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형사소추도 되지 않는 대통령의 범죄는 규명할 방도도 없이 은폐되고 말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의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 이미 참사를 통해 한번 보호책무를 놓친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여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하는 길만이 헌법상의 책무를 수행하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가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을 거부한다면, 국민들로서는 정부가 스스로 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서 국민은 저항할 권한이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의 준엄한 뜻을 되새길 일이다.
특집 2: 함석헌 선생 탄신 123돌·씨알의소리 창간 54돌
이번 호에는 소장 함석헌 사상 연구자들의 연구가 돋보인다. 한송희는 함석헌이 20대 후반이었던 1927년부터 1929년까지 《성서조선》에 발표한 글들을 통해 ‘신앙적 개조론’의 틀로 함석헌의 초기 사상을 살피며 함석헌이 이 시기부터 사회악과의 투쟁에 ‘신앙’이 주는 힘을 믿고 있었으며 이를 죽을 때까지 실현해 나갈 것임을 다짐해 나가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아울러 개인의 복음을 넘어 민족의 구원을 지향하며 이를 위한 싸움의 방법론을 계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 운동’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으며 이러한 초기의 ‘신앙적 개조론’의 성격은 함석헌의 사상에서 면면히 재전유되어 등장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송길룡은 함석헌의 평화주의 담론에서 핵심적으로 언급되어 왔던 상징인물 가운데 하나인 검도령에 주목하여 함석헌 평화사상의 한 면목을 살핀다. 함석헌이 소개한 ‘창해역사 검도령’의 전설은 사마천의 《사기》 〈장량전〉이 그 원천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함석헌에 의해 검도령이 주인공으로서 새롭게 설정되어진 것으로, 진시황 습격 작전에 사용된 검도령의 폭력은 ‘마지막에, 부득이해서, 힘을 쓴’, 최후 상황의 최소화된 폭력, 간단히 하여 ‘최소폭력’ 평화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문덕은 동서양의 다양한 종교문화 전통을 한 몸에 흡수하여 새 시대에 새 인류를 위한 새 종교를 모색한 함석헌은 다양한 종교적 사유와 사상을 자신의 사유와 실천 속에서 녹여내어 기존의 모든 종교 전통이 자기중심을 뛰어넘어 온갖 혼돈이 가득한 세상 전체를 끌어안을 수 있는 주체인 ‘씨알’을 생각했으며, 바로 자신이 한 씨알의 삶을 살아냄으로써 영원한 하늘의 ‘뜻’을 ‘지금-여기’ 구체적인 이 땅에서 체현하면서 기존 종교 전통이 지니는 한계들을 넘어섰다고 밝힌다.
씨알 수상
강수돌(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의 〈기후위기가 가져올 인류의 비참〉, 박충구(생명과 평화 연구소 소장)의 〈지식인과 민주주의, 민주사회〉, 정종훈(연세대 교수)의 〈미국의 실체와 우리의 갈 길〉은 기후위기와 기후재앙, 퇴행하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구체적인 현실 진단과 역사적 고찰을 통해 깊은 이해를 돕는다.
오세훈(《씨알의소리》 편집위원)의 〈기레기론-1 세월호 10주기, 한국의 저널리즘〉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으며 “나라가 구렁텅이로 추락하고, 씨알들은 천길 벼랑에” 서게 하며, 이 나라 역사가 늘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그 “고단하고 구슬픈 운명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정치에 기생하여 각각의 욕망을 아주 나쁜 방식으로 채우는 언론의 망국적 태도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박선균(전 《씨알의소리》 편집주간)은 함석헌 삶과 사상을 〈함석헌의 비폭력 저항사〉로 펼쳐보이고, 문대골(생명교회 원로목사)은 “생(生)은 명(命)이라!”고 말하는 함석헌의 생(生)의 철학을 엮어낸 경위를 자세히 밝힌다.
근현대 인물 탐구
전봉준(1855~1895)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1894년과 1895년에 걸쳐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2차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켜 일본군과 싸웠고 일본군에 맞서 항거하다가 체포되어 순국한 항일투쟁의 총사령관이었다. 박용규(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전봉준의 항일 독립운동〉에서 전봉준 등의 2차 동학농민군의 전투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을미의병(1895~1896) 참여자 145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것에 비해 을미의병을 능가한 항일 독립운동인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단 한 명도 독립운동자로 서훈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전봉준 등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이루어지길 촉구한다.
씨알 이야기
박총(작가, 목사)은 함석헌기념관에서 힐링 인문학 프로그램 ‘낭만(낭독으로 만나는) 함석헌’을 진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3년 한 해 동안 함석헌 선생이 번역한 칼릴 지브란의 잠언시집 《예언자(The Prophet)》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강독하며 나누고 겪은 이야기다. “나만의 이해에 갇혀 좁게만 본 책도 같이 읽고 나누면 옆 사람의 한마디에 해석의 지평이 확장되고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 ‘함께 읽으면 혼자 읽는 것 이상으로 읽히고, 혼자 사는 것 이상으로 살아진다. 공동체가 주는 놀라운 선물이다.’”
#함석헌 #씨알의소리
목차
책을 펴내며
우리는 씨알이지만 또 보습이기도 합니다 | 김관호
시
목련 외 1편 | 박선욱
사과 없는 날들 외 1편 | 오성인
먼 봄 외 1편 | 냇돌쇠날
다시 읽는 함석헌의 글
정신 바짝 차려 | 함석헌
특집 1: 다시 맞는 봄,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
외교 없는 외교, 근본 방향을 바꿔라 | 김준형
복지, 무엇을 생각할 때인가 | 장봉석
생명·안전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회, 바로 지금! | 김혜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정말 ‘위헌적’인 법률인가?―누가 정말로 헌법을 우롱하였는가? | 윤복남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라!―채 상병 사전, 숨길 수 없는 진실 | 백민
씨알 수상
기후위기가 가져올 인류의 비참 | 강수돌
지식인, 민주주의, 민주사회 | 박충구
미국의 실체와 우리의 갈 길 | 정종훈
기레기론(論)-1 세월호 10주기, 한국의 저널리즘 | 오세훈
함석헌의 비폭력 저항사-1 | 박선균
《함석헌의 생(生)의 철학》을 내놓기까지 | 문대골
특집 2: 함석헌 선생 탄신 123돌·씨알의소리 창간 54돌
함석헌은 1920년대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신앙적 개조론’의 틀에서 바라본 함석헌 초기 사상의 이해 | 한송희
함석헌의 검도령 평화주의 | 송길룡
함석헌의 “새종교”와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씨알” | 한문덕
나의 남조선 친구 K 군 | 스즈키 다쿠마
조삼모사와 씨알의 삶 | 김조년
추모의 글
국가폭력에 저항한 늦봄 문익환의 신념과 삶―늦봄 문익환 목사 서거 30주년을 맞이하여 | 김경재
함석헌과 문학-2
김소월과 함석헌의 다북동과 오산학교 | 김응교
근현대 인물 탐구
전봉준의 항일 독립운동 | 박용규
서평
굳건히 뿌리내린 사회선교의 중간보고서: 강춘근, 《사회선교행전―광야길에서 만난 작은 교회 목사의 외침》 | 지창영
씨알 이야기
평범한 책 모임 활동 보고서: 함석헌기념관 ‘낭만 함석헌’ | 박총
출판사 제공 책소개
어김없이 봄이 왔다. 추위에 얼어붙었나 싶었던 나무에선 새움이 트고 땅에 숨어 지낸 듯했던 작은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무도하고 비정한 정권의 무능과 폭정, 실정으로 참담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씨알의소리》 2024년 3-4월호는 특집(특집 1: 다시 맞는 봄,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을 통해 외교, 복지, 생명·안전 영역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 집권 2년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의 해법을 모색하며 대안을 살핀다.
또 다른 특집(특집 2: 함석헌 선생 탄신 123돌·씨알의소리 창간 54돌)에서는 함석헌 선생(1901~1989) 탄신 123돌과 《씨알의소리》 창간(1970년 4월) 54돌을 맞아 여러 연구자들의 새로운 연구를 통해 함석헌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는 내용을 엮었다.
다시 읽는 함석헌의 글
매호 새롭게 소개하는 ‘다시 읽는 함석헌의 글’로 이번 호에는 《씨알의소리》 1977년 4·5월호에 발표되었던 〈정신 바짝 차려〉를 실었다. 발표 당시에는 박정희 정권의 사전검열에 따라 많은 문장들이 삭제된 채로 발간되었는데, 이번 호에 사전검열로 삭제 당했던 원문을 살려 실었다. 당시 이른바 3·1사건으로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에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던 함석헌은, “재판에 왔다갔다 하는 동안 여러 외국 신문, 잡지 기자들을 만났는데 국내의 기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는 성공이거나 실패거나 그 때문에 마음을 쓰는 일은 없고, 다만 이것이 내 할 의무이기 때문에 할 뿐이다. 그리고 이것(악에 대해 싸우는 것)이 옳은 이상, 몇 해가 되겠는지 몇십백 년이 되겠는지 알 수 없어도 마침내는 우리가 이기고야 말 것이라는 확신에는 까딱이 없다”고 말한다. 오늘의 언론 현실과 다름 없는 시대 상황과 아울러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싸웠던 함석헌의 면모를 접할 수 있는 글이다.
특집 1: 다시 맞는 봄,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은 전쟁 불사와 선제공격까지 거론하며 강경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대북 정책과 이념 편향의 진영 외교, 국익과 국가의 장기적 발전은 뒷전으로 한 대외 정책을 살피며 자제와 협력을 통한 평화, 외교의 근본적인 방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김혜진(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은 한 해 9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던 거리에서 시민들이 압사 당해 죽고, 홍수로 불어난 물이 부실한 제방을 넘어가면서 지하차도가 잠기는 사고로 죽고, 기업에서 유출된 화학물질로 지역 주민들과 노동자들이 죽는, 재난과 참사가 빈번한 시대에 생명·안전을 가장 소중한 시대의 가치로 여기며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운동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올해로 10주기를 맞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그리고 그날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1월 30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해 조사하겠다는데 무참하게도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은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를 저버렸다. 윤복남(10·29 이태원 참사 TF 단장)은 이 무정하고 통탄스런 결정에 대해 그 부당함을 밝히고 특조위 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특조위 설립 자체를 반대하여 여론의 대립을 지속시키는 것보다 국민 통합을 위해 훨씬 필요한 일이며 진실규명, 책임, 보상, 지원, 기억과 추모가 필요한 시기에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백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23년 7월 19일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었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사건 당사자인 만큼 만일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형사소추도 되지 않는 대통령의 범죄는 규명할 방도도 없이 은폐되고 말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의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 이미 참사를 통해 한번 보호책무를 놓친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여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하는 길만이 헌법상의 책무를 수행하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가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을 거부한다면, 국민들로서는 정부가 스스로 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정권에 대해서 국민은 저항할 권한이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의 준엄한 뜻을 되새길 일이다.
특집 2: 함석헌 선생 탄신 123돌·씨알의소리 창간 54돌
이번 호에는 소장 함석헌 사상 연구자들의 연구가 돋보인다. 한송희는 함석헌이 20대 후반이었던 1927년부터 1929년까지 《성서조선》에 발표한 글들을 통해 ‘신앙적 개조론’의 틀로 함석헌의 초기 사상을 살피며 함석헌이 이 시기부터 사회악과의 투쟁에 ‘신앙’이 주는 힘을 믿고 있었으며 이를 죽을 때까지 실현해 나갈 것임을 다짐해 나가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아울러 개인의 복음을 넘어 민족의 구원을 지향하며 이를 위한 싸움의 방법론을 계발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 운동’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으며 이러한 초기의 ‘신앙적 개조론’의 성격은 함석헌의 사상에서 면면히 재전유되어 등장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송길룡은 함석헌의 평화주의 담론에서 핵심적으로 언급되어 왔던 상징인물 가운데 하나인 검도령에 주목하여 함석헌 평화사상의 한 면목을 살핀다. 함석헌이 소개한 ‘창해역사 검도령’의 전설은 사마천의 《사기》 〈장량전〉이 그 원천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함석헌에 의해 검도령이 주인공으로서 새롭게 설정되어진 것으로, 진시황 습격 작전에 사용된 검도령의 폭력은 ‘마지막에, 부득이해서, 힘을 쓴’, 최후 상황의 최소화된 폭력, 간단히 하여 ‘최소폭력’ 평화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문덕은 동서양의 다양한 종교문화 전통을 한 몸에 흡수하여 새 시대에 새 인류를 위한 새 종교를 모색한 함석헌은 다양한 종교적 사유와 사상을 자신의 사유와 실천 속에서 녹여내어 기존의 모든 종교 전통이 자기중심을 뛰어넘어 온갖 혼돈이 가득한 세상 전체를 끌어안을 수 있는 주체인 ‘씨알’을 생각했으며, 바로 자신이 한 씨알의 삶을 살아냄으로써 영원한 하늘의 ‘뜻’을 ‘지금-여기’ 구체적인 이 땅에서 체현하면서 기존 종교 전통이 지니는 한계들을 넘어섰다고 밝힌다.
씨알 수상
강수돌(고려대 융합경영학부 명예교수)의 〈기후위기가 가져올 인류의 비참〉, 박충구(생명과 평화 연구소 소장)의 〈지식인과 민주주의, 민주사회〉, 정종훈(연세대 교수)의 〈미국의 실체와 우리의 갈 길〉은 기후위기와 기후재앙, 퇴행하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구체적인 현실 진단과 역사적 고찰을 통해 깊은 이해를 돕는다.
오세훈(《씨알의소리》 편집위원)의 〈기레기론-1 세월호 10주기, 한국의 저널리즘〉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으며 “나라가 구렁텅이로 추락하고, 씨알들은 천길 벼랑에” 서게 하며, 이 나라 역사가 늘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그 “고단하고 구슬픈 운명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정치에 기생하여 각각의 욕망을 아주 나쁜 방식으로 채우는 언론의 망국적 태도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박선균(전 《씨알의소리》 편집주간)은 함석헌 삶과 사상을 〈함석헌의 비폭력 저항사〉로 펼쳐보이고, 문대골(생명교회 원로목사)은 “생(生)은 명(命)이라!”고 말하는 함석헌의 생(生)의 철학을 엮어낸 경위를 자세히 밝힌다.
근현대 인물 탐구
전봉준(1855~1895)은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1894년과 1895년에 걸쳐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2차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켜 일본군과 싸웠고 일본군에 맞서 항거하다가 체포되어 순국한 항일투쟁의 총사령관이었다. 박용규(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전봉준의 항일 독립운동〉에서 전봉준 등의 2차 동학농민군의 전투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을미의병(1895~1896) 참여자 145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것에 비해 을미의병을 능가한 항일 독립운동인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단 한 명도 독립운동자로 서훈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전봉준 등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이루어지길 촉구한다.
씨알 이야기
박총(작가, 목사)은 함석헌기념관에서 힐링 인문학 프로그램 ‘낭만(낭독으로 만나는) 함석헌’을 진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3년 한 해 동안 함석헌 선생이 번역한 칼릴 지브란의 잠언시집 《예언자(The Prophet)》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강독하며 나누고 겪은 이야기다. “나만의 이해에 갇혀 좁게만 본 책도 같이 읽고 나누면 옆 사람의 한마디에 해석의 지평이 확장되고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 ‘함께 읽으면 혼자 읽는 것 이상으로 읽히고, 혼자 사는 것 이상으로 살아진다. 공동체가 주는 놀라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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